F & T/travel

낙산공원, 낭만 가득한 여름밤의 성곽길.

F.coco 2023. 6. 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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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F의 로망 실현 기록입니다ㅎㅎ)

 

더 킹 투하츠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한 배우 조정석이 안방극장에서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한 드라마였어요. 서브 남주에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제가 [은시경-이재신] 커플앓이를 했던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특히 아래 장면- 성곽길에 앉아 이재신이 은시경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 저 낭만 가득한 낙산 성곽길을 남자친구와 꼭 가봐야지-했었죠. 

출처:MBC더킹투하츠 홈페이지 핫클립

 

출발하는 곳은 4호선 한성대입구역입니다. 저멀리 보름달이 벌써 떠 있었습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성곽길로 올라서 낙산공원을 경유해 동대문까지 걸어갑니다. 거리는 대략 2.5km, 소요시간은 약 30분입니다. 저희는 좀 천천히 둘러보면서 가서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할 수도 있고, 동대문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데,  저희는 동대문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서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했어요. 한성대입구역에서 성곽 방면으로 골목에 들어가 보면 아래 사진처럼 성곽이 보이는 곳이 나타납니다. 여기서부터 그냥 성곽을 따라 열심히 걷기만 하면 된다고 하더라구요(T의 말입니다). 

저희가 여기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 50분쯤었는데, 해는 이미 졌지만 아직 하늘은 붉은 노을색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었어요. 사실 이 날이 정말 덥고 습한 그야말로 여름의 한중간이었는데요.

저는 언제나 한여름날의 선물 같은 시간은 바로 이 시간-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물러나고 깜깜한 어둠이 깔리기 전까지의 시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해가 지면 시야가 조금 더 선명해지고, 아주 예쁘고 붉은 노을을 춥지 않은 기온으로 즐길 수도 있고, 바람까지 적당히 불어주면 더더욱 좋고, 어느새 어둠이 온 세상에 깔리기 시작하면, 저 멀리 다가오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는 '여름의' 개와 늑대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사계절 중에 여름의 개와 늑대의 시간은 어느 계절의 느낌보다 낭만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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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간에 성곽길을 걸으며 그 낭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니! 너무 지치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다시 돌아보니 주변의 모든 공기가 낭만적이었지 않았나 싶네요.

 

가로등불이 그 낭만을 한껏 더해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천천히 올라가 보자, 마음을 다잡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답답했던 느낌도 있었어요. 산에 올라가거나 경사가 있는 어딘가에 올라갈 때는 보통 저 멀리 목표점을 보고 시간도 가늠하고 다짐도 해보고 하면서 가는 것인데, 오른쪽에 성곽이 있는 건 알겠지만 너무 높아 크기나 폭을 가늠할 수 없고, 성곽길이 처음이니까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굽이져 있는 이 길을 얼마나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옆에 있는 T에게 자꾸 아 언제 끝이야아 아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두워질수록 조명 불빛이 선명해져서 느낌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마침 보름이었고, 크고 밝은 보름달이 운치를 더해주는 기분이었어요. 

올라가다 문득 뒤돌아 보았는데, 그 길이 참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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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거의 다 올라왔나? 내려다보는 도시의 밤 풍경입니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남산타워겠죠? 

 

드디어 드디어 제가 원하던, 바로 그 성곽길의 모습입니다. (감격!) 그런데 생각보다 무서워서 드라마처럼 진짜 저 위에 앉을 수 있는 걸까? 싶었어요. 

 

신발이 약간 미끄러웠지만, 한걸음 한걸음 올라온 만큼 내려가 봅니다. 성곽길을 따라 내려간다고 생각하니 즐거웠어요. 

거의 다 내려와서 올려다본 성곽의 모습입니다. 낭만적이네요. 

보름달이 간간히 구름에 가리는 밤하늘이었는데, 마침 빼꼼 하길래 찰나를 놓치지 말아 줘! 하고 T에게 재촉하여 사진을 찍어달라 하였습니다. 사진도 비현실적인 느낌이지만, 도심의 한가운데 성곽, 그것 자체가 약간 비현실적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낭만적인지도 모르겠어요. 

한여름밤의 낙산 성곽길, 모두 한번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여름밤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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