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꼭 가보자, T에게 몇 번이나 말했던 동궁과 월지. 최근 몇 년간 코로나 기간에 수리 기간까지 이어져 타이밍 맞추기가 참 힘들었는데요. 아직 완전히 물러서지 않은 한낮의 여름 기세와 한발 한발 더 진해지는 가을의 공기가 함께하는 10월 초 어느 날, 드디어 <동궁과 월지>에 가보았습니다.
동궁과 월지는 낮보다는 밤에 그 인기가 훨씬 많습니다. 낮에 이 주변에 지나가면 차가 밀리지 않는데, 밤에는 이 주변의 도로가 전부 차로 막혀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저희도 동궁과 월지 주차장 들어가는데 20분 정도가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동궁과 월지 주차장은 무료지만 그래서 더욱 붐비므로 붐비는 길에서 서 있는 시간이 아까우시다면 황룡사지 주차장 또는 경주박물관 주차장에 주차 후 걸어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황룡사지 주차장, 경주박물관 주차장 모두 무료입니다.)
QR코드로 간편하게 입장권을 발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구입했어요. 사람들이 아주 많았지만 금방 줄어들기도 하고, 궁궐 앞이라 그런지 줄 서는 기분도 좋더라구요ㅎㅎ 저희는 거의 9시 다 되어가는 시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퇴장시간 전광판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지긴 하였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면 뭐! 하고 최대한 느긋하게 열심히 잘 봐야지, 하였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7~12세) 천 원입니다.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아직 하루 더 남은 전날 밤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가 특히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들어 가장 쌀쌀한 밤의 느낌이라 긴소매 가을옷이라던지 얇은 담요를 챙겨 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햇살이 뜨거운 한낮에 에어컨 바람 쐬며 도착했던 저희는 조금 당황했어요. 그나마 저는 얇아도 긴소매 옷을 입었지만 시원한 소재의 여름옷을 입은 T는 낮과 판이하게 다른 추위를 경험하고야 말았습니다. 차에 담요가 있었는데도 '오버 아닌가?'라는 생각이 큰 실수였던거죠;; 역시 10도를 넘나드는 초가을 일교차는 늘 대비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입장하자마자 왼편의 넓은 공간에는 이렇게 터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선은 이미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편 전각에 꽂히게 되었지만요. 이미 동궁과 월지 안에는 사람들이 아주아주아주 많았습니다.
이미 이곳부터 예뻐서 많은 사람들이 난간에 붙어 반대편 조명에 비쳐 멋진 월지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있었는데요. 저희도 난간에 자리가 났을 때 냉큼 붙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보았습니다.
사진을 찍고 풍경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겠지만 와...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너무 예쁘더라고요. 특히 조명빛이 너무 예뻐서 낮에 오면 이 느낌이 날까? 하는 의문이 들만큼 밤의 월지는 아름다웠습니다. 특히나 조명으로 인해 연못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친 숲의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그러나 아쉬운 것은 역시나 사진에 담긴 것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네요.
제가 예쁘다봇이 되어 감탄하고 있으니 T는 사진을 이곳저곳 담느라 바빴습니다.
임해전의 모습입니다.
임해전 안에는 동궁과 월지 모형과 설명이 있습니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유물을 클릭해 볼 수도 있었어요.
임해전은 안에 들어가서 보는 월지가 좀 더 가까운 느낌이라 예뻤지만, 나와서 월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멀리서 보이는 임해전 외부 모습도 참 예뻤습니다. 걸어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는데 가면 갈수록 예쁜데? 어 지금이 더 예쁜데? 와 여기가 진짜 제일 예뻐! 이랬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이곳저곳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가요. 저희도 그랬구요.
사진을 좀 솎아내려 했지만, 그래도 사진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골라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인생샷 남기기에 너무나 좋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인지 주변에서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서, 막상 사진을 찍어놓으면 옆의 사람의 손이나 폰이나 얼굴이 나올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주요 사진 스팟에는 줄을 서서 있기도 합니다.
추석 보름달이 며칠 지난 후지만 그래도 궁궐에서 바라보는 둥근달은 참 예쁩니다. 특히 달이 연못에 비친 모습이 참 고즈넉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어요.
월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전 가장 조명이 밝고 화려한 정원의 모습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희도 찰칵! 신비로운 숲에는 '정령'들이 있다고 표현하잖아요. 조명이 다 사라지고 나면 어둠만 남은 오랜 궁궐 연못에는 정령이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어디에 어떻게 카메라를 대도 아름다움 그 자체였어요.
폐장시간 임박하여 사람이 거의 없는 동궁과 월지 입구로 다시 돌아왔어요. 밤에 오길 잘했다, 단풍이 한창인 낮에 오면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궁궐과 정원에서 색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밤의 궁궐에 너어어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지만, 왜 밤에 이곳에 오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습니다. 혹시 아직 못 가보신 분들이 있다면 올해 가을에는 꼭 한번 야간 방문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Date :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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